버릇없는 이누이트님의 이글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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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스트레스?

 난 지금까지 잘 해왔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점수가 조금만 떨어져도 우는 신체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 조건반응이 그래도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질척이는 것 같아서 싫다. 시험점수가 인생의 다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내 인생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공부이다. 처음엔 못해서 싫어했지만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되니까 이게 공부를 좋아하는 건가 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대학교 다니고 있는 언니를 보면 정말 학교공부가 엄청 인생의 큰 갈림길이 되고 평생 성공과 관련된 게 아니란 게 느껴진다. 근데 난 왜 이렇게 학교공부에 집착을 하지? 초등학교 영향으로 그런 것인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놈의 열등감 어떻게 버려야 할 지 모르겠다. 자신감이 생기면 좋겠다. 왜 난 성격이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수동적일까. 누군가가 정한 것도 없는 데 정해진 대로 사는 것 같다.
천성이란 게 있나? 있다. 내가 열심히 성격을 활발하게 하려고 해도 마음만 힘들어지고 잘 안 된다. 비호감이나 되지 않으면 망정이지. 빌어먹을 세상. 나도 팬픽처럼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다. 병신같은 세상. 언제나 확고한 것은 없고 애매하고 구별 불가한 것들만 떠다니지. 변덕스럽고 이기적이고 쫀잔한 세상. 날 왜 여기에 두지 혹시 지구가 지옥 아닌가? 달콤한 것은 언제나 짧아서 갈망하게 만들며 고통만 수두룩하게 주는 데 천국 같기도 지옥 같기도 하다. 이런 말들 중2병 같고 사춘기 온 사람 같아서 안 할려고 했는데 난 평생 사춘기로 살아갈련다. 원래 10대20대가 황혼기잖아. 사춘기나 갱년기란 말도 쟤가 자꾸 변화하려고 하니깐 틀에 맞추어 둘려고 '잠시' 라는 말을 붙여 오래 가지 못하게 하려는 건가. 변화하니깐 세상이 재밌고 내가 발전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거 아니냐 못된놈들아. 내가 변하는 게 그렇게 아니꼽고 가만히 경직되어 있어도 아니꼽냐 나쁜놈들아. 개같은 놈들아. 내가 그렇게도 싫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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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등감 어떻게 하지...

뒷담 까기

 제가 생각해도 제 성격은 좀 글러먹은 것 같아요. 사람을 학교공부로 판단하면 안되는데 자꾸 공부를 못하는 애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네요. 일부러 돌려까기 하면서 말하게 되고.
 제 반에 공부도 안하고 다른 분야도 안하고 노력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애가 있거든요?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어요. 머리를 묶고 있어서 깔끔해 보였고 청학동스러웠거든요. 좀 말이 많구나...정도 였죠.
 그런데 그 애에 대한 비호감의 시작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패딩을 안 입게 될 때였어요. 패딩이야 모두다 매일 입고 오니깐 위화감이 안 느껴졌었는데 그 애가 계속 한 후드집업만 입고 다니더라고요. 오래되서 팔 부분이 늘어나고 변색되어있는 좀 지저분한 인상의 후드집업이었어요. 확실히 좋은 인상을 주기에 나빴죠.
 게다가 그 애의 특유 집냄새인지 이상한 냄새도 났어요. 그것도 그 애가 패딩을 벗었을 때부터인 것 같아요. 사실 언제부터 였는진 잘 모르겠어요. 초반엔 손톱에도 거뭇거뭇한 때도 끼어있어서 접촉하고 싶지 않았고요. 다행히 지금은 손톱이 깔끔합니다. 제일 괜찮은 부분이에요.
그리고 치명적으로 머리를 안 감는 것인지 맨날 머리를 북북 긁어 흰 비듬들이 보이고 또 학교에서 잠을 많이 자서 졸린지 하품을 하면 투턱이 되고 하여튼 타산지석의 예가 바로 여기 있구나 싶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학기 초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같이 매점에 가서 얘기 나눌 때 제가 걔 다리에 앉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음,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도 걔 성격이 좀 이기적인 것 같다라는 쎄한 느낌이 들었었네요. 언젠가 걔가 다른 친구의 핸드폰 갤러리를 마음대로 구경한 적이 있었거든요. 또다른 친구가 지적해서 다시 돌려주긴 했어요.
그런데 계속 그 애를 보다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초등학교 때의 저 같았어요. 목욕은 일주일에 한 번, 공부는 지지리도 못해서 수학이 언제나 60점 대,남의 가방 뒤져서 공책 같은 거 구경하고,놀이를 정할 땐 무조건 내가 하고 싶은 것만,잘난 척 좋아해서 볶음밥 먹을 때 고추장 듬뿍 넣고 등 등 정말 과거의 제가 몸만 만 15~16세로 있는 것 같았어요. 그것을 깨닫고 나니깐 감회가 새롭더군요. 그 애가 더 혐오스러워지고 옷깃만 봐도 기분이 안 좋아지고 뺨을 쳐때리고 싶어졌어요. 왜 그 상태로 머물러 있냐, 중학교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쳐 보냈길래 정신상태가 초등학생 수준이고 욕구 조절따위 할 줄 모르는 몸만 징그럽게 큰 쓰레기인 거냐 소리를 쳐주고 싶었죠.
그 정도가 떠오르고 나니 제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갈 때 급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위로 떠올랐어요. 저도 그 애처럼 이기적이고 지저분하고 열등한 존재였으니까요. 받아쓰기 1점 맞아본 적 있나요? 알파벳도 모르고 나눗셈도 모르고 총체적 난국이었죠. 물론 제가요. 그 애의 과거사는 몰라요. 오직 현재만 알고 현재 근처에서만 판단할 거에요.
젠장 또 학교공부가 주를 이뤘네요. 뭐, 저한테 제일 민감한 요소라서 그런가봐요.
어쨌든 그 애가 마치 저와는 다른 선택을 한 평생세계인 저 같았어요. 그리고 저는 옛날의 저를 혐오하죠. 딱 초등학교 부분은 삭제하고 중학교의 새로운 저부터가 제 인생의 플러스 시작점이에요. 그 당시에는 별로 변한 것 같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진짜 성격 개조였네요. 늦은 밤에 이불 덮고 난 왜 이렇게 사나 고민했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회상하면 마음이 뭉글해지는 기억이에요. 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뭐. 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죠.
그리고 그 애는 그 전환점을 겪지 않은 저고요. 제가 그 때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한심하게 몸만 자랐을까요?

 그 애에 대한 혐오감이 더 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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