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없는 이누이트님의 이글루입니다

ahj4585.egloos.com

포토로그



뒷담 까기

 제가 생각해도 제 성격은 좀 글러먹은 것 같아요. 사람을 학교공부로 판단하면 안되는데 자꾸 공부를 못하는 애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네요. 일부러 돌려까기 하면서 말하게 되고.
 제 반에 공부도 안하고 다른 분야도 안하고 노력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애가 있거든요?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어요. 머리를 묶고 있어서 깔끔해 보였고 청학동스러웠거든요. 좀 말이 많구나...정도 였죠.
 그런데 그 애에 대한 비호감의 시작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패딩을 안 입게 될 때였어요. 패딩이야 모두다 매일 입고 오니깐 위화감이 안 느껴졌었는데 그 애가 계속 한 후드집업만 입고 다니더라고요. 오래되서 팔 부분이 늘어나고 변색되어있는 좀 지저분한 인상의 후드집업이었어요. 확실히 좋은 인상을 주기에 나빴죠.
 게다가 그 애의 특유 집냄새인지 이상한 냄새도 났어요. 그것도 그 애가 패딩을 벗었을 때부터인 것 같아요. 사실 언제부터 였는진 잘 모르겠어요. 초반엔 손톱에도 거뭇거뭇한 때도 끼어있어서 접촉하고 싶지 않았고요. 다행히 지금은 손톱이 깔끔합니다. 제일 괜찮은 부분이에요.
그리고 치명적으로 머리를 안 감는 것인지 맨날 머리를 북북 긁어 흰 비듬들이 보이고 또 학교에서 잠을 많이 자서 졸린지 하품을 하면 투턱이 되고 하여튼 타산지석의 예가 바로 여기 있구나 싶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학기 초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같이 매점에 가서 얘기 나눌 때 제가 걔 다리에 앉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음,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도 걔 성격이 좀 이기적인 것 같다라는 쎄한 느낌이 들었었네요. 언젠가 걔가 다른 친구의 핸드폰 갤러리를 마음대로 구경한 적이 있었거든요. 또다른 친구가 지적해서 다시 돌려주긴 했어요.
그런데 계속 그 애를 보다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초등학교 때의 저 같았어요. 목욕은 일주일에 한 번, 공부는 지지리도 못해서 수학이 언제나 60점 대,남의 가방 뒤져서 공책 같은 거 구경하고,놀이를 정할 땐 무조건 내가 하고 싶은 것만,잘난 척 좋아해서 볶음밥 먹을 때 고추장 듬뿍 넣고 등 등 정말 과거의 제가 몸만 만 15~16세로 있는 것 같았어요. 그것을 깨닫고 나니깐 감회가 새롭더군요. 그 애가 더 혐오스러워지고 옷깃만 봐도 기분이 안 좋아지고 뺨을 쳐때리고 싶어졌어요. 왜 그 상태로 머물러 있냐, 중학교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쳐 보냈길래 정신상태가 초등학생 수준이고 욕구 조절따위 할 줄 모르는 몸만 징그럽게 큰 쓰레기인 거냐 소리를 쳐주고 싶었죠.
그 정도가 떠오르고 나니 제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갈 때 급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위로 떠올랐어요. 저도 그 애처럼 이기적이고 지저분하고 열등한 존재였으니까요. 받아쓰기 1점 맞아본 적 있나요? 알파벳도 모르고 나눗셈도 모르고 총체적 난국이었죠. 물론 제가요. 그 애의 과거사는 몰라요. 오직 현재만 알고 현재 근처에서만 판단할 거에요.
젠장 또 학교공부가 주를 이뤘네요. 뭐, 저한테 제일 민감한 요소라서 그런가봐요.
어쨌든 그 애가 마치 저와는 다른 선택을 한 평생세계인 저 같았어요. 그리고 저는 옛날의 저를 혐오하죠. 딱 초등학교 부분은 삭제하고 중학교의 새로운 저부터가 제 인생의 플러스 시작점이에요. 그 당시에는 별로 변한 것 같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진짜 성격 개조였네요. 늦은 밤에 이불 덮고 난 왜 이렇게 사나 고민했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회상하면 마음이 뭉글해지는 기억이에요. 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뭐. 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죠.
그리고 그 애는 그 전환점을 겪지 않은 저고요. 제가 그 때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한심하게 몸만 자랐을까요?

 그 애에 대한 혐오감이 더 커졌죠.


덧글

댓글 입력 영역